올여름에 부모님을 모시고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강화도에도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서 아이와 부모님 모두 만족할 만한 1박 2일 코스를 짜느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소리체험박물관도 가고, 전등사도 둘러보고, 날씨가 좋아서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한 주민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화도에서 유명한 풍물시장 구경이야말로 부모님께서 좋아하신 코스였습니다.
강화도 여행에 관한 포스팅은 천천히 하나하나 보여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풍물시장에서 맛본 밴댕이 정식에 대해서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강화풍물시장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강화도의 전통 시장입니다. 여느 전통 시장들처럼 바닥에 곡물과 채소, 과일, 잡화, 건어물 등을 펼쳐놓고 판매하는 정겨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2007년 신축한 건물 안을 들어서면 또 다른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장 곳곳을 구경하며 필요한 물건도 저렴하게 구매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풍물시장에서 식사를 하시려면 식당이 밀집해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편하게 올라가실 수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유명한 음식을 꼽으라면 바다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밴댕이 요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장 건물 2층 식당가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식당 주메뉴가 밴댕이 정식입니다. 밴댕이 정식을 만나보기 전에 먼저, 밴댕이에 대해 알고 가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밴댕이의 역사와 중요성
밴댕이는 한국 해안 지역, 특히 강화도의 식단에서 오랫동안 주식으로 사용되어 온 작고 은빛이 나는 생선입니다. 살이 연하면서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신선하게 회로 먹거나 발효시켜 활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의 요리로 제공됩니다. 강화도 주민들에게 밴댕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바다와의 깊은 인연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의 일부입니다. 부드럽고 풍미 있는 이 생선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진 낚시 전통을 반영하여 단순한 식사가 아닌 강화도의 문화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밴댕이의 영양성분과 효능
-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골다공증 예방과 빈혈 예방 및 개선에 좋습니다.
-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심혈관질환 예방과 개선, 성인병 예방, 여드름이나 염증 감소에 도움을 줍니다.
- DHA, EPA 등의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해서 혈관 건강 개선, 심혈관 질환 예방, 뇌 기능 향상에 효과적입니다.
- 단백질이 다량으로 들어있어 근육의 회복과 성장에 효과적이고, 허약 체질에도 탁월합니다.
- 비타민 B1, B2, C가 함유되어 있어 혈액 생성, 신경기능 유지,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입니다.
- 콜라겐 성분은 기미, 주근깨, 주름예방 등 피부미용에 좋습니다.
'왕창잘되는집'이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시장 건물 2층 식당가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 방문한 분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신기할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식당 메뉴가 밴댕이로 통일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호객 행위가 없을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상하리만큼 손님이 없는 곳과 빈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북적거리는 곳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같은 메뉴를 팔지만 손님이 많고 적은 이유는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이 식당 또한 이 많은 경쟁자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기에 끌리듯이 들어가서 앉았고, 직접 먹어보고 분위기를 살펴본 결과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름부터 센스 있고 특별한 이 '왕창잘되는집'은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이미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탄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후기를 읽고 간 것도 아니었고, 다녀온 후에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그대로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왕창잘되는집'의 메뉴로는 밴댕이회·무침·구이·조림·회덮밥, 숭어회·무침, 바지락칼국수, 우럭탕, 생태탕, 각종생선매운탕 등이 있습니다. 저희는 밴댕이 요리를 골고루 맛보고 싶어서 회와 무침, 구이, 식사가 다 나오는 밴댕이 3형제 4인 세트(64,000원)를 주문했습니다.
메인 메뉴 세 가지와 각종 반찬들로 한상 가득 차려졌습니다. 구이와 무침은 익숙한 비주얼이었는데, 회는 평소에 먹던 작고 얇은 회가 아니어서 조금은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밴댕이 가운데 뼈를 기준으로 한쪽 면을 통째로 썰어서 크기가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밴댕이라는 물고기가 이렇게 생겼구나'라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쉽게 손이 안 가고 있었는데, 회를 좋아하시는 친정 부모님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고 쌈에 싸서 먹어보니 지금까지 먹어본 다른 회와는 또 다른 신세계를 맛본 기분이었습니다. 비린맛이 전혀 없고 굉장히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웠습니다.
만족스러운 기분을 그대로 이어 다른 음식도 얼른 맛보기 위해 젓가락이 바빠졌습니다. 회는 이런 맛이라면 바삭하게 구운 밴댕이구이는 또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마치 굴비처럼 생겨서 익숙한 구이는 한 마리 통째로 밥그릇 위에 가져다 놓고 반을 뚝 잘라 살을 훑어서 조심스럽게 가시를 발라내었습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생선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생선살을 발라서 아이 밥숟가락 위에도 얹어주니 어찌나 잘 먹던지 구이 하나로도 밥 한 그릇 뚝딱 할 것 같았습니다.
다음은 무침 차례입니다. 양념 잘 베어든 회와 야채를 듬뿍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새콤 달콤 매콤의 향연이 입맛을 확 돋워 줍니다. 아삭아삭한 야채가 시원하고 개운하기까지 합니다. 양념이 정말 맛있었는데 알고 보니 양념소스 특허까지 받은 곳이었습니다. 계속 먹으면 느끼할 수 있는 회와 구이가 매콤 새콤한 무침을 만나서 조화를 이루어 배가 불러도 마냥 들어가는 신기한 마법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3형제 세트로 꼭 드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왕창잘되는집'을 칭찬하고 싶은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밥을 작은 공깃밥으로 주지 않습니다. 참기름과 깨를 솔솔 뿌린 하얀 쌀밥을 큰 대접에 담아 줍니다. 매콤 새콤한 회무침을 비벼 먹을 수 있게 배려한 것입니다. 어른들은 무침을 슥슥 비벼 맛있게 먹었지만 아직 어린 아들은 매운걸 못 먹어서 밑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을 비벼주었습니다. (짜지 않고 살이 꽉 찬 간장게장이 무한리필이라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약간 짜게 비벼진 것 같아서 밥을 추가로 요청했는데, 추가로 주신 밥도 흰쌀밥을 그냥 퍼준 것이 아니라 또다시 참기름과 깨를 뿌려서 주신 것을 보고 바쁜 와중에도 손님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것이 참 친절하다고 느꼈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움직임이 굉장히 빨라서 음식 나오는 속도도 빠르고, 손님이 많아서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손님의 요구사항에는 귀가 활짝 열려있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대응을 잘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렇지. 장사가 잘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주차권도 시간 여유 있게 챙겨주셨습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풍물시장 건물 내부에서 파는 물건들도 한 바퀴 둘러보며, 낙지젓갈과 창난젓갈 한통씩 사서 기분 좋게 강화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활기찬 전통 시장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강화도의 특색 있는 요리를 맛보고 싶으시다면 '왕창잘되는집'의 밴댕이 정식을 꼭 맛보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왕창잘되는집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17-9 강화풍물시장 2층 2006호
032-932-9316
07:30 ~ 20:00
매달 1, 3번째 월요일 정기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