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원도가 고향이라서 2~3년에 한 번씩은 명절에 부모님 모시고 큰집이 있는 동해에 다녀옵니다.
이번 설날에도 묵호에 다녀왔어요. 벌써 2주가 지났는데 이제야 포스팅을 하네요.
내내 날씨가 좋았다가 하필 명절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폭설이 왔었죠. 저희도 출발하는 날 아침까지 일기예보와 실시간 고속도로 CCTV를 확인하면서 강행을 해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답니다. 그래도 강원도 동해 쪽은 눈이 많이 안 왔다길래 조심히 가보자 하면서 출발을 했어요. 역시 가는 길에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쏟아져서 엄청 긴장을 하면서 평소보다 더디게 갔는데, 강원도 묵호에 거의 다다르자 눈의 흔적조차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더라고요.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그런데 묵호는 눈이 아닌 바람이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니겠어요?
큰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큰어머니와 함께 회를 뜨러 묵호항 어시장에 갔는데 그렇게 거센 바람은 처음이었어요.
바람 때문에 차 문이 안 열려서 내리지를 못하고, 바람이 등을 떠밀고, 맞바람이 치면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강풍이 부는 날이었어요.
아무래도 시장이 바다 바로 옆이라서 바람이 더 세기는 했겠지만, 큰어머니도 강원도에 살면서 이런 바람은 처음이라며 놀라시더라고요. 바람의 위력이 놀랍기도 하고, 몸이 주체가 안 되는 상황이 재밌기도 하고,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을 맞은 묵호항 어판장은 상인들과 손님들로 활기찬 모습이에요.
간판의 이름들이 모두 'OO호'인 것을 보니 고기잡이 배 이름인 것 같아요. 강원도 동해 여행 가시면 갓 잡은 싱싱한 물고기들이 가득한 묵호항 수산시장에서 구경도 하시고, 회도 떠 가세요~
사진에 다 담지는 않았지만, 정말 다양하고 싱싱한 물고기들이 많아요. 대방어 사시는 분도 많았는데, 어찌나 힘이 좋던지 팔딱팔딱거리는데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게 되더라고요.
저희는 큰어머니 단골가게에서 횟감을 샀더니 이것저것 서비스를 많이 주셔서 이렇게나 푸짐하게 한소쿠리 담았답니다. 금액이 도시의 여느 횟집에서 사는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았어요. 싱싱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담은 횟감은 시장 안에 손질해 주는 장소가 따로 있어서 손질비를 내고 회를 떠 올 수 있어요.
이 사진은 2년 전에 묵호 갔을 때 회 뜨는 걸 기다리는 동안 사 먹었던 대게빵 사진이네요.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붕어빵을 사주려고 했는데, 큰어머니가 여기에는 붕어빵은 없고 대게빵만 판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처음 먹어보게 된 대게빵! 크기가 굉장히 크죠? 모양만 대게 모양이 아니라 실제로 반죽에 대게가루와 대게살을 넣어서 구웠다고 해요. 호두와 팥앙금이 들어있는데 반죽에서 대게 맛이 나는 게 맛있고 독특했어요.
( 아래 있는 가게 간판 대게 조형물 모양이랑 똑같네요~ㅋㅋ )
묵호항 활어판매센터의 한쪽 라인은 횟감 물고기들을 판매하고, 맞은편 라인은 대게를 팔아요. 그곳에서 대게를 구매하면 시장 입구 쪽에 있는 대게 가게에서 스팀으로 대게를 맛있게 쪄주신답니다. 물론 찌는 비용은 따로 지불해야 해요.
대게가 워낙 커서 가정에서는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찌기 힘들 텐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이렇게 쪄서 가져가면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살도 꽉 차있고, 짜지 않고 달달하니 정말 맛있었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회를 좋아하기도 하고 잘 먹었었는데, 몇 년 전부터 회만 먹으면 급성 장염이 와서 복통으로 응급실에 몇 번을 실려갔어요. 그래서 이제는 겁이 나서 회를 못 먹어요. 너무 속상하네요. 그래서 이 날도 탱글탱글 신선한 회는 먹지도 못하고, 대신 대게찜만 실컷 먹고 왔답니다.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바로 옆에 넓은 무료 주차장이 있으니 편하게 들러보세요~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95-51
묵호 등대
묵호에 가면 늘 묵호 등대에 가서 사진도 찍고 바다 구경도 하고 왔는데, 이번 설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강풍이 너무 세서 회만 사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2년 전에 찍은 사진으로 포스팅을 이어가 봅니다.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근처에 묵호 등대가 있어요. 지도상으로는 바로 옆에 있는데, 차로 가로지르는 길이 없어서 도로를 따라 빙 돌아가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로 6분 정도 소요됩니다.
새하얀 등대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서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이 드네요. 1963년에 건립된 묵호등대는 해발고도 67m에 위치하고 있으며, 야간에는 여러 가지 색상의 LED 조명등으로 인해 아름다운 빛을 연출한다고 해요.
등대 안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동해가 한눈에 들어와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바다는 역시 새파랗고 광활한 동해바다가 멋있는 것 같아요.
머리 뒤편에 바다 절벽 위로 이어진 다리가 보이시나요? 묵호 등대를 구경하고 나서 바로 저기로 걸어갈 거예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체험시설 중 하나인 스카이워크예요. 자, 가볼까요?
묵호 등대
강원 동해시 해맞이길 289 묵호항로표지관리소
(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215 )
033-531-3258
매일 09:00~17:00
이용료 : 무료
주차요금 : 무료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왜 '도깨비'가 아니고 '도째비'일까요?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이라고 합니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에 푸른빛들이 보여 이를 본 사람들이 '도깨비불'이라 여기고 이곳을 '도째비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2021년 5월에 개방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저희가 체험한 '스카이워크' 외에도 '스카이 사이클'과 '자이언트 슬라이드'라는 체험시설이 있어요.
약 59m 높이의 스카이워크는 투명한 강화유리바닥 위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광활한 동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예요. 스카이 사이클은 양쪽 구조물을 잇는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하늘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짜릿한 체험이에요.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약 30m의 원통 슬라이드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대형 미끄럼틀이에요.
강원도 동해 묵호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어시장에 이어서 묵호 등대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추천합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나무 데크를 따라 포인트 지점까지 걸어가요. 뻥 트인 바다 위라서 그런지 이번 설날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날도 바람은 꽤 세찼던 기억이 납니다. 묵호의 랜드마크답게 방문객이 꽤 많더라고요.
유리 바닥 아래로 시퍼런 바다가 일렁이는 모습이 훤히 다 보이기 때문에 저 포토존에 서지도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심장이 쫄깃해지는 체험 하러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로 꼭 한번 가보세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109
070-7799-6955
하절기(4~10월) 10:00~18:00
동절기(11~3월) 10:00~17:00
정기휴무 : 매주 월요일
입장료 : 어른 3,000원 / 청소년·어린이 2,000원
자이언트슬라이드 이용료 : 3,000원
스카이사이클 이용료 : 15,000원
주차요금 : 무료
귀경길
큰집에서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귀경길 밀리기 전에 서둘러 출발했어요.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강원도까지 갔는데 바다 구경 한번 제대로 못 한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강원도를 벗어나기 전에 잠깐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서 옥계 휴게소에 들렀어요.
마침 이렇게 다소 촌스러운 듯한 하트 포토존이 있더라고요. ㅋㅋ 사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역시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겨우 사진을 찍었답니다. 주차장까지 돌아가려면 계단 몇 개를 올라가야 하는데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는 거예요. 정말 바람을 뚫고 간다는 게 실감이 날 정도였어요.
첫 번째 사진이 옥계 휴게소에서 바라본 바다 전망이네요. 아침 햇살에 파도가 황금빛으로 물들어서 정말 예뻤어요.
그리고 눈이 없던 묵호를 벗어나면서 점점 다시 겨울왕국이 펼쳐졌어요. 강원도 설산의 풍경이 마치 수묵화 같아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감탄했답니다. 짧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강원도 여행이었어요~